창조하신 하나님

대왕고래의 노래

하늘강가 2021. 6. 9. 12:57

마이크에 잡힌 고래 노랫소리.. 핵금지 조약이 찾아낸 대왕고래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06. 09. 09:30 수정 2021. 06. 09. 11:03 댓글 83

 

[사이언스카페] 폭발음 찾는 수중 마이크로 고래 새 무리의 노랫소리 포착

 

핵실험을 감시하려고 설치한 수중 마이크가 인도양에서 대왕고래 무리의 노랫소리를 포착했다. 이번에 포착된 노래는 지금까지 알려진 대왕고래나 다른 고래와 달라 멸종위기에 처한 대왕고래의 새로운 무리를 발견한 성과로 추정된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대의 트레이시 로저스 교수 연구진은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인도양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피그미 대왕고래 무리의 노랫소리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대왕고래는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이다. 하지만 19~20세기의 상업 포경으로 대부분 사라지고 이제는 5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 중 인도양에 사는 피그미 대왕고래는 남극에 사는 대왕고래의 아종(亞種)이다. 몸길이는 24미터 정도로, 30미터에 달하는 대왕고래보다 몇 미터 작을 뿐이지만, 몸무게는 90톤으로 남극에 서식하는 대왕고래(200톤)의 절반도 안 된다.

◇마이크에 이전과 다른 고래 노래 잡혀

연구진이 대왕고래의 노랫소리를 포착한 것은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O)’ 덕분이다. 조약 가입국은 2002년부터 바다에 수중 마이크를 넣고 금지된 핵실험이 자행되는지 감시하고 있다. 이 마이크에 핵무기 폭발음이 아니라 고래의 노랫소리가 포착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녹음된 노랫소리를 이전에 인도양에서 확인된 대왕고래 세 무리, 오무라고래 네 무리의 노래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이번 고래의 노랫소리가 이제까지 알려진 무리의 노래와 다른 주파수와 박자, 구조를 갖고 있음을 알아냈다.

로저스 교수는 “남반구에 사는 대왕고래는 먼바다에 살고 혹등고래처럼 수면위로 뛰어오르는 동물쇼도 하지 않아 연구하기 어렵다”며 “세계를 핵무기로부터 보호하는 시스템이 새로운 고래 무리를 발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방법이 장기적으로 해양 환경의 건강 상태를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과학자들이 인도양 가운데 차고스 제도 근처에서 새로운 피그미 대왕고래 무리가 내는 노랫소리를 포착했다./사이언티픽 리포트

연구진은 근처에 있는 차고스 제도의 이름을 따 새 무리를 ‘차고스’로 이름 붙였다. 차고스 무리가 육안으로 포착되면 인도양의 피그미 대왕고래로는 다섯 번째 발견되는 무리가 된다.

로저스 교수는 “무리의 고래 수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들은 숱한 노랫소리로 보아 매우 큰 집단으로 추정된다”며 “녹음 정보가 없었다면 이렇게 큰 대왕고래 무리가 적도 한 가운데 인도양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문과 같은 무리 고유의 노랫소리

대왕고래가 내는 노랫소리는 200~500㎞까지 전달된다. 연구진은 이번 대왕고래 무리의 노랫소리를 인도양 한 가운데뿐만 아니라 북쪽으로 스리랑카 연안과 동쪽으로는 호주 북서부의 킴벌리 해안에서도 포착했다.

고래는 같은 종이라도 무리에 따라 조금씩 다른 노래를 부른다. 대왕고래는 수천㎞ 거리를 이동하면서 다른 무리와 계속 만나지만 고유의 노래를 유지한다. 과학자들은 노랫소리를 일종의 지문(指紋)으로 활용해 고래 무리를 추적한다. 하지만 고래가 태어날 때부터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아니면 무리에서 학습하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