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신 주님은혜

심장 기증어린이....

하늘강가 2014. 3. 8. 09:18

 

민규야, 안녕.. 엄마의 마지막 포옹.. 바로 그 순간, 지효의 心臟이 뛰었다

지난 1월 21일 오후 7시, 신지효(4·충북 청주시)양의 심장 이식수술이 진행되던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3층 수술실엔 긴장감이 엄습했다. 심장 기증자의 몸 상태가 장기 적출 직전 급격히 나빠진 데다 공항에서 장기 이송이 한 시간가량 지연돼 의료진은 초긴장 상태였다. 수술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지효의 몸에서 뇌사(腦死) 어린이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지효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급격히 악화하는 '확장성심근병증'에 걸려 중환자실에서 체외생명유지장치(ECMO)에 의지해 40일이 넘는 기간을 버티고 있었다. 집도의(執刀醫) 흉부외과 양지혁(44) 교수는 "통상 ECMO를 달고 2주만 넘어가도 출혈·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며 "심장 이식이 더 늦어지면 지효양의 생명이 위험한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간 이식수술 횟수가 20회도 안 될 만큼 소아 심장 기증자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초등학교 1학년 박민규(8)군의 심장이 지효의 몸속에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던 그 시각, 민규 어머니 허현아(31)씨는 장기 적출 후 새털처럼 가벼워진 민규를 가슴에 안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두 동생이 생긴 후로 민규를 제대로 안아준 적이 없었다는 생각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민규는 활발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다. 눈이 크고 예뻐서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어머니 허씨는 "지치지도 않고 아파트 복도를 뛰어다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민규가 아직 다 쓰지 못한 에너지가 다른 아이들을 통해 마음껏 발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술 이틀 전이었던 1월 19일 부산 해운대백병원 응급실. 박창욱(38) 해군 상사가 뇌사 상태에 빠진 아들 민규를 안고 오열하고 있었다. '뇌염바이러스'에 감염된 민규의 몸엔 온갖 기계 장치가 부착되고 갖가지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지만 반나절도 견디지 못했다. 해군 구조함을 타고 2010년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 격전의 현장을 누빈 박 상사는 군인으로서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뜻도 품고 있었지만 그것이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앞세우게 된 어린 아들의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절대 떠나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민규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또래 아이에게 희망을 주고 떠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박씨는 민규 또래의 희귀병을 앓는 어린이에게 장기가 돌아갔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지효는 이식수술 후 일주일 만에 깨어났다. 우려했던 합병증 없이 한 달간의 회복 기간을 거쳐 곧 건강을 되찾았다. 백만불짜리 미소로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 좋아하던 '애교쟁이' 소녀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지효 어머니 이희정(34)씨는 "최근 지효가 의사가 되겠다면서 인형에 청진기를 대고 의사 선생님 흉내를 내고 있다"며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심장 전문의'로 키울까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지효가 수술을 받던 그날 심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부산의 한 남자 아이의 소식을 알게 됐다. 딸의 심장 기증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아이 어머니 인터뷰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면서 "생명을 전해준 아이와 힘든 결정을 내린 부모님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지효를 건강하게 잘 키워야겠다"고 말했다.

여덟 살 민규의 유해는 화장 후 부산 기장군 추모공원의 납골당에 안치됐다. 민규 아빠 박씨는 "우리에겐 더 이상 아이를 살릴 '희망'이 없었지만, 아이의 장기를 통해 누군가는 그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슬픔을 덜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민규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민규 여동생과 동갑내기 소녀라 더욱 기쁘다"며 소녀가 건강히 자라 꿈을 이루길 기원했다.   (인터넷 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