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강가 2015. 3. 26. 19:16

한산이모가  쪽파를 한 박스 보내오셨다..

헐을 넘어서 허걱이다...

분명 엄마는 이걸 몽땅 다듬어서 버무리려 할 텐데;;;

난 보기도 싫어서 신발장 한 쪽 귀퉁이에다 밀어 놓았다..  분명히 엄마가 저녁에 와서 하신다 했으므로

저녁 무렵 집에 들어오신 엄마는 옷을 갈아입기가 무섭게 그 많은 쪽파를  전부 다듬는다고 한 상 벌려 놓았다.

좁은 집안은 순 식간에 파 냄새와 흙 냄새로 번져 나갔고 나는 짜증과 함께 '내 집이 없으니 이런 어려움을 당하는 구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울컥했다...

 

엄마가 파 다듬는 것 자체가 보기 싫어서... 말렸었다  '그 많은 파 다듬고 만들려면 힘드니 교회나 이웃에 나눠 주자고'...

하지만  엄마는 막무가내다.. 나는 속으로  '도대체 저 욕심은 언제쯤 이나  사라질까.. 왜 내 말을 들어 주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라 파 다듬는 것 자체가 보기 싫었던 것이다.

 

마루에서 머리 숙이고 열심히 파를 다듬는 엄마를 내 버려 두고 방으로 들어 와 컴퓨터 이것 저것을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엄마는  다듬 던 일을 멈추고 교회 예배가 있다면서  옷을  또 다시 갈아 입고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가신 후...

방을 나서 보니...@@@

정말이지 엄청나다..

까다 남은 파,  아직 박스에 있는 파, 머리 만 짤린 파,  다깐 파... 흙더미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커다란 양푼들 추운 날씨에 한 시간 넘게 열려 있는 창문등..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짜증은 여전히 나고 그에따라  화도 나지만

엄마 오시기 전까지 일 부분 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파 김치를 담아 놓으면 우리 가족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두 시간 깐 것 같다..

일단, 파를 다 정리 한 다음 가지런히 펼쳐 놓으니 얼마 되지 않은 듯 하다.

머리가 아프고 손발과 허리가 너무 아파 할 수가 없다.

 

두 시간여 지난 후.. 엄마는 오시고 거의 다 마무리 된 쪽파다듬기에 환한 미소를 보이셨다.

얼마 안 남은 쪽파 다듬기 이지만 엄마는 힘들어 하셔서 마무리를 같이했다.

 그리고 엄마는 '사모님(꼭 날 보고 사모님이라 하신다.)이 안 해 놓았으면 오늘 못했을 거라고 하셨다. 그말은 정말이다.

 

씻고 버무리는 건 내일 하기로 하고  우리는 잠들었다.

다음날...

내 마음은 여전히 이건 '엄마가 하기로 했으므로,... 라는 이기적인 생각과 당연한 생각들이 나를 지배했지만

어젯밤의  나의 이기심과 짜증을 이긴 나의 주도적인 선택은 스스로 감사하게 생각했다.

 

아침일찍... 피곤함에도 엄마는 그 많은  파를  씻고 버무리고 하셨다.

김치 냉장고용으로 한 단지 나왔다.

 난 엄마에게 아침을 새로 해드리고 주변 정리를 하고 주방을 말끔하게 치워 놓았다.

 

엄마는 힘들었지만 내내 즐거운 표정이다.

이렇게 해서 한산 쪽파 김치일은 마무리 되었다.

내가 짜증으로 계속 버티고 있었다면... 내 입장에서 내 생각만 고집 했다면...

엄마에게 싫은 소리.. 잔 소리 해가면서 계속 불평을 쏟아 내었다면... 고집으로 교회 가셨을 동안에도  도와 주지 않고 버텼다면..

결코 쉽지 않은 맘 아픈 일 이었을 것이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 거라 ... 기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러나 그런 시간들은 의외로 짧고 기회도 잘 오질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들은 '사랑' 하기 위해서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버지가 마련해 놓으신 건 아닐까 오늘 생각해 본다.

 

(2015. 3월 25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