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
한산이모가 쪽파를 한 박스 보내오셨다..
헐을 넘어서 허걱이다...
분명 엄마는 이걸 몽땅 다듬어서 버무리려 할 텐데;;;
난 보기도 싫어서 신발장 한 쪽 귀퉁이에다 밀어 놓았다.. 분명히 엄마가 저녁에 와서 하신다 했으므로
저녁 무렵 집에 들어오신 엄마는 옷을 갈아입기가 무섭게 그 많은 쪽파를 전부 다듬는다고 한 상 벌려 놓았다.
좁은 집안은 순 식간에 파 냄새와 흙 냄새로 번져 나갔고 나는 짜증과 함께 '내 집이 없으니 이런 어려움을 당하는 구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울컥했다...
엄마가 파 다듬는 것 자체가 보기 싫어서... 말렸었다 '그 많은 파 다듬고 만들려면 힘드니 교회나 이웃에 나눠 주자고'...
하지만 엄마는 막무가내다.. 나는 속으로 '도대체 저 욕심은 언제쯤 이나 사라질까.. 왜 내 말을 들어 주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라 파 다듬는 것 자체가 보기 싫었던 것이다.
마루에서 머리 숙이고 열심히 파를 다듬는 엄마를 내 버려 두고 방으로 들어 와 컴퓨터 이것 저것을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엄마는 다듬 던 일을 멈추고 교회 예배가 있다면서 옷을 또 다시 갈아 입고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가신 후...
방을 나서 보니...@@@
정말이지 엄청나다..
까다 남은 파, 아직 박스에 있는 파, 머리 만 짤린 파, 다깐 파... 흙더미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커다란 양푼들 추운 날씨에 한 시간 넘게 열려 있는 창문등..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짜증은 여전히 나고 그에따라 화도 나지만
엄마 오시기 전까지 일 부분 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파 김치를 담아 놓으면 우리 가족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두 시간 깐 것 같다..
일단, 파를 다 정리 한 다음 가지런히 펼쳐 놓으니 얼마 되지 않은 듯 하다.
머리가 아프고 손발과 허리가 너무 아파 할 수가 없다.
두 시간여 지난 후.. 엄마는 오시고 거의 다 마무리 된 쪽파다듬기에 환한 미소를 보이셨다.
얼마 안 남은 쪽파 다듬기 이지만 엄마는 힘들어 하셔서 마무리를 같이했다.
그리고 엄마는 '사모님(꼭 날 보고 사모님이라 하신다.)이 안 해 놓았으면 오늘 못했을 거라고 하셨다. 그말은 정말이다.
씻고 버무리는 건 내일 하기로 하고 우리는 잠들었다.
다음날...
내 마음은 여전히 이건 '엄마가 하기로 했으므로,... 라는 이기적인 생각과 당연한 생각들이 나를 지배했지만
어젯밤의 나의 이기심과 짜증을 이긴 나의 주도적인 선택은 스스로 감사하게 생각했다.
아침일찍... 피곤함에도 엄마는 그 많은 파를 씻고 버무리고 하셨다.
김치 냉장고용으로 한 단지 나왔다.
난 엄마에게 아침을 새로 해드리고 주변 정리를 하고 주방을 말끔하게 치워 놓았다.
엄마는 힘들었지만 내내 즐거운 표정이다.
이렇게 해서 한산 쪽파 김치일은 마무리 되었다.
내가 짜증으로 계속 버티고 있었다면... 내 입장에서 내 생각만 고집 했다면...
엄마에게 싫은 소리.. 잔 소리 해가면서 계속 불평을 쏟아 내었다면... 고집으로 교회 가셨을 동안에도 도와 주지 않고 버텼다면..
결코 쉽지 않은 맘 아픈 일 이었을 것이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 거라 ... 기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러나 그런 시간들은 의외로 짧고 기회도 잘 오질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들은 '사랑' 하기 위해서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버지가 마련해 놓으신 건 아닐까 오늘 생각해 본다.
(2015. 3월 25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