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봄밤..
늦은 밤... 잘 돌아 다니질 않는데 식빵을 사기위해 집을 나섰다..
봄 저녁 황사가 불어와도 생명들이 땅속에서 꿈틀 거리는 냄새는 향기롭기만 하다..
난, 이 봄 냄새가 참 좋다...
늦은 밤 이지만 아직도 가게들은 문을 닫지 않고... 못하고 ...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추웠던 날씨가 점차 따듯한 바람이 일어 공기를 훈훈 하게 하기 때문에 장사 하는 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식빵을 사고 나오니 길거리에서는 여기저기 떼지어 술취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 "야!!"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소리 지르는 사람.. 술 기운에 비틀 거리는 사람 등 생명을 피우는 봄 냄새는
향기로운데 밤 거리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다지 향기로운 모습들이 아닌 '삶' '살아가는 일'... 때문에 고단하고 피곤한 모습들이다.
역시 나의 살아가는 삶도 밤거리를 움직이는 '술 취한'... 이들처럼은 아니어도 아니 어쩌면 '술' 조차 취할 수 없을 정도로 날마다 긴장이 연속 된 고단하고 고난의 나날들이다...
선교지에 나갈 때 전부 털어버려 이젠 거주 할 곳도 없어 우리 다섯 식구가 친정엄마 24평 빌라에서 생활 한지도 벌써 일 년이 다되어 간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잠을 잘 방이 없어 밤마다 거실에서 이불깔고 남편과 자려니... 처음에는 적응도 되질 않고... 민망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생각들도 무뎌져 그런가 보다.. 하다가 문득 남편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참 가슴이 아프다...
또 한 가지는 고졸 검정고시와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울 막내 아들의 거주할 공간이 제대로 없어 큰 형이 공부 때문에 학교에서 안 오면 그 방은 막내 차지가 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다..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무엇을 얻기 위하여..' 나는 살아 가는가?
'나는 정말로 오년 전 남편을 따라 선교지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일은 바른 일이었던가!!
나의 의로움을 과시하기 위해서?? 아니다. 주님을 향한 깊은 사명의식과 사랑 때문에?? 아니다..
단지, 남편이 지금 가야 한다는 것 한 가지 때문에...
아무도 알지못하고 생전 처음 가보는 그 외로움과 전투의 땅을 남편 홀로.. 아빠 홀로 .. 보낼 수 없다는 생각 하나 때문이었다...
우리가 떠난 후...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 던 큰 아들 홀로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나는 .. 선교지에서의 4년을 40년 처럼 살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에 아무것도 내게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가끔 나는 생각 한다. '아!! 나도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다.' 아니 우리 아이들 만이라도 사람 처럼 살아 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선교지에서 얻은 열매는 '십자가' 뿐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십자가의 길' 을 가야한다는 결론이다.
어떻게 그 길을 갈 수 있는지는 나는 모른다...
그냥 오늘 하루 주어진 시간안에서 나의 할 일을 묵묵히 하며 그 길을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