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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장애....

하늘강가 2015. 6. 4. 15:14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인 로스 베클리는 소방관으로서 21년간 수많은 교통사고와 화재 현장을 누볐다. 조직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승진도 잘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참혹한 사고 현장의 모습들은 정신 건강을 해치기 시작했다.

베클리는 호주 ABC 방송에 "사망자를 본 숫자가 약 40명이 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밤에는 잠을 못 이루거나 악몽을 꾸었으며 깨어났을 때는 땀에 젖어 있기 일쑤였다. 낮에도 사고현장의 끔찍한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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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는 깊어갔지만 조직 문화로 볼 때 동료나 상사에게 자신의 문제를 터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여러 차례 자살을 생각하면서 한번은 광산까지 찾아가 수직갱도 아래로 뛰어내릴 생각도 했다.

그러나 자살이 다른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고 동료나 경찰들을 고생시키면서 자신과 같은 증세를 갖도록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결국 의료진으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 진단을 받고 현장 직무에서 나왔지만, 곧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다.

베클리는 "사람들이 왜 PTSD를 갖게 됐는지 묻는다"며 "나는 소방관 일을 하면서 내가 보고 한일로 이렇게 됐지 다른 데서 이렇게 된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ABC 방송은 4일 소방관이나 경찰, 의료 구조원 등 긴급 구조요원들이 자살비율은 예상 밖으로 높게 나왔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전국검시관정보서비스(NCIS)가 내놓은 '고의적 자해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지난 200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6주에 1명꼴인 모두 110명의 경찰과 소방관, 의료 구조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호주에서 이같은 공식 자료가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10명 중 경찰이 62명으로 가장 많고, 의료 구조원이 26명, 소방관이 22명 순이었다. 남성이 대부분으로 연령은 30∼49세였으며 보통 집에서 총기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이들이 공식적으로 우울증 판정을 받은 경우는 단지 소수에 그쳤으며 경찰 쪽에서는 더욱 찾기 어려웠다.

PTSD를 가진 전직 경찰 지원단체를 이끄는 베릭 볼랜드는 ABC 방송에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경찰을 떠난 사람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TSD 전문의인 샘 하비는 "현역 긴급구조요원 10명 중 1명은 PTSD와 일치하는 증상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라며 "퇴직자까지 고려하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비는 경찰이나 소방관이 현직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불이익 없이 "더 쉽게 도움을 요청하고, 또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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