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동남아 이슬람, 중동과 어떻게 다를까?
동남아 이슬람. 중동과 어떻게 다를까?
동남아지역의 이슬람은 600년 이상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의 모슬렘공동체 등 동남아 이슬람지역은 매우 넓다. 이들 지역은 기독교와 이슬람이 외적으로는 평화적 공존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역사·사회적으로 쌓여있는 편견과 증오의 장벽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만큼 높다. 인도네시아 학자인 나시르 타마라는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중 90%가 모슬렘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슬렘 지역이지만 이슬람국가는 아니다”면서 “이는 이슬람법(샤리아)에 근거를 둔 법 체제가 아니라 인도네시아법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동남아에서 전통적인 모슬렘들이 사용하는 ‘푸다’같은 머리스카프를 쓰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으며 스카프를 써도 변형된 형태로 착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모슬렘이 다수지만 이슬람법으로 통치되지 않고 있음도 전통 관습 중심의 모슬렘이기 때문이다. 동남아 모슬렘은 일종의 이슬람 신비주의인 수피즘의 영향을 받아 코란과 하디스,샤리아보다는 관습법이 더 상위에 있다고 여긴다. 슈피즘은 신과 합일에 이르는 엑스터시와 영적치료를 강조하며 초자연적인 힘과 능력을 중시한다. 이것이 동남아 원시신앙인 정령신앙과 융합돼 동남아 현지인들이 이슬람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종교로 수용케 된 것이다.
동남아 모슬렘의 성격은 다음과 같다. 첫째,대개 말레이문화의 유산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혼합주의 양상을 띤 민속이슬람으로 여타 이슬람블록과는 구분된다. 이런 말레이문화의 공통성은 그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태국 남부의 파타니 말레이,말레이시아의 바하사 말레이,인도네시아의 바하사 인도네시아어는 모두 말레이어계이며 이들은 아랍어에 기원을 둔 자위(jawi)라는 고어를 가지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필리핀 남부의 모슬렘들도 그 문화와 언어에서 이들과 상당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동남아 모슬렘 다수는 정통 이슬람신앙을 따르기보다는 토속적 신앙에 이슬람 형식을 빌린 것을 선호한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수니전통을 따르고자 하는 이슬람학교 지도자들인 ‘이맘’,수련생들이라 할 수 있는 ‘산트리’들이 있어서 정통이슬람의 부활을 주장하지만 전체적으로 혼합주의가 강하다.
둘째,동남아는 지정학적으로 많은 섬들과 바다로 둘러쌓인 곳이어서 언어와 종족이 매우 다양하다. 이는 또한 문화적 다양성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1200∼1400년쯤에 이슬람이 전래되고 근대에 이르러 수백년동안 유럽의 식민통치 경험을 통해 이들 지역은 인종·지리적 다양성 속에서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독립을 위한 투쟁속에서 이슬람의 발흥과 서구세력으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갔던 공통점이 발견된다.
셋째,동남아 모슬렘들은 경제적인 면에서 내적으로 상호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상호 네트워크를 형성,외부세력을 견제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기독교 활동이나 복음전도 선교방법론으로는 이들을 복음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남아 이슬람사회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중동이나 여타 지역의 이슬람사회와 다른 면이 있다. 오랜 유럽의 식민지 영향으로 이슬람사회로서는 예외적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두드러진다. 그러면 이들 지역의 기독교 선교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선교전문가들은 사역적 측면에서 1대1의 개인적 접촉을 중심축으로 하면서 전문적인 지역 리서치를 통한 지역별 특성 이해와 함께 현지 실정을 고려한 역동적인 복음 전달 방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평신도 전문인 사역은 물론 현지교회와 연대를 통해 전통적인 교회개척 운동에서 벗어나 모슬렘 개종자 교회모델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동남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들은 “모슬렘은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품어야 할 형제 이스마엘의 후예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한국교회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동남아 모슬렘 사역을 통해 이슬람선교의 좋은 모델을 구축할 때 복음이 중동으로 전해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