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잠시 도와주면서..
나는 변장한 예수의 모습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약국문도 당신의 손 힘으로 못 열어서 쫓아나가서 문을 밀어 주어야만 여는 등이 잔뜩 굽은 할머니가 그렇고
약이 없어졌다고 소리 소리 지르면서 약 내 놓으라고 야단 치시는 치매 중증인 할머니가 그렇고..
그래도 이런 경우는 약국에 오시는 환자들 인지라 안면이 있기 때문에 혹은 약 을 사러 오기 때문에 친절하게 맞이할 수 있지만..
어제의 일은 전혀 다른 경우다...
환자들로 바쁜 오전 시간이 지나고 좀 한가할 점심 무렵에 어깨에 무언가를 잔뜩 걸치고
때가 잔뜩 묻은 한 쪽 팔이 없는 허름 한 모습으로
아저씨가 약국 문을 열고 들어 오셨다..
아저씨는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은 물건들을 잔뜩 어깨에 짊어지고 사라고 아니 사달리고 반 강제로 떠민다...
당황한 관리 약사는 자리를 피하고 나만 남은 상태에서 속으로 귀찮은 생각이 밀고 올라왔다..
그러구선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어 살 물건 없다고 딱 자르니.. 아저씨도 물러날 기세를 보이질 않는다.
이런 저런 물건을 내게 권해도 듣지를 않으니.. 이번에는 껌 한 통에 천원이니 사달라고 주문한다.
그마저도 거절하니 아예 대 놓고 천원을 달라 요청한다.
문득 나는 고개를 돌리고 아저씨를 올려보니 그의 눈빛이 간절하다...
나는 마지못해 팔에 매달린 볼펜들을 쳐다보았다..
이리저리 돌려보니 네임펜이 눈에 띄기에 그것을 요청하니 이 천원 이라고 한다. 헐...
비싼 줄 알지만 얼른 돌려 보내야 겠기에 이 천원에 한 자루를 주고 사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갔다..
그런데 아침에 문득 기도하려니 변장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의 얼굴이 떠 올랐다..
나는 예수님이 지금 내게 변장한 모습으로
정말이지 내게는 아무 유익이 없고 오히려 해 만되고.. 귀찮은 존재이기만한
그러나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피하고 싶은 이 땅의 수 많은 강도 만난 이웃으로 예수님이 오신다면..
나는...나는...나는...
주님 앞에서 너무 정말 송구해서 차마 입을 뗄 수도 없다.
주님이 예화를 들어주신 '선한 사마리아인' 의 모습을 그 어느곳에서도 내게서는 찾아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겉으로는 선한 것 같은 그러나 나의 내면 깊숙이는 전혀 손해보고 싶지않은 나의 속된 계산 법과 탐욕이 있음을 인정하며
주님 앞에서 머리도 못들고 용서를 구하며 나의 나약함을 도우시기를...
주님 앞에서만 정신 바짝차리고 살기를 간절하게 구한다...
다음에 변장한 예수의 모습으로 그 분이 다시오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러니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겠느냐?"(눅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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